
몇 일 전에 니키(남자친구 애칭) 앞에서 몇 시간을 엉엉 울었다.
이유는 별 게 아니고, 너 왜 나 전만큼 안 사랑해? 라는 유치한 사랑싸움
글쎄 우리가 사랑이라하기엔 얕은 무언가의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서로를 안 지 약 70일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웃기는 말임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요즘 나는 불안정의 끝을 걷고 있다.비자, 아르바이트, 사는 곳, 공부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나는 불안정할 때일수록 남자친구에게 의존을 많이 한다. 정말 웃기는 버릇이다. 10월 30일까지 나와야하는 비자는 6월 30일까지라서 연장 신청을 해야하며, 돈이 정말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구해야한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 미나미랑 6월 1일부터 원배드룸을 빌려 같이 살기로 했다. 그렇다고 아직 계약을 완료한 건 아니다. 지금 사는 집주인에게도 나간다고 말했는데 다음 세입자가 구해진 게 아니라서 미안한 마음 나 또한 불안한 마음을 같이 가지고 있다. 공부도 쉽지 않다.
내 상황은 이러하지만 니키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디버깅과 코딩으로 일을 하는 파트타임 직장인, 사이버머니에 자신의 전재산을 투자한 사람인 동시에 현재 캐나다에 와있는 가족들도 신경쓰는 사람. 컴퓨터 공학을 공부한다고만 해도 , 대학원생이라고만 해도 바쁜 사람인데 일도 하고 투자고 하고 있다. 정확히 얼마를 투자한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몇 천만원을 투자한 건 분명하다.
바쁜 니키가 안쓰럽다가도 갑자기 부러워지곤 한다. 나는 아무 연결고리도 없는 캐나다에 와서 아둥바둥 이제 막 적응하고 있는데 이 녀석은 전공도 정해지고, 직업도 계획 세우고, 집도 있고 차도 있고 (형이랑 같이 살고 쓰긴하지만), 자기 길을 열심히 가고 있다. 나는 이렇게 멈춰있는데 너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그리고 나는 친구도 없는데 얘는 당연히 10년을 살았으니 친구가 많을 것이다. 그것도 부럽고 친구 없이 매일 너나 너 친구만 만나고 있는 내 모습이 싫고 등등
시작은 부러움이었는데 니키가 점점 바빠지면서 이게 서글픔으로 바뀌고 말았다. 얘가 다른 컴공 투자를 하나 더 시작했는데 그게 컴퓨터를 조립해서 비디오 카드를 넣어서 직접 사이버 머니를 farming하는 거라고 하더라. 나는 하나도 이해를 못했지만...아무튼 내가 비자 연장을 맡기려고 하다가 비자 연장 맡기는 비용만 또 120불을 내야한다고 해서 직접 하기로 했다. 니키가 일주일전에 도와준다고 해서 도와주다가 무슨 서류가 없어서 미뤄졌고 미루다가 내가 도저히 안 되겠다싶어서 오늘 너희집 갈게 나 오늘 꼭 비자해야해! 이러고 니키 집에 갔다.
나는 3시부터 9시까지, 니키는 6시부터 9시까지 수업이 있었다. 나는 내 방에만 오면 불면증이 너무 심해져서 잠도 못 잔 채로 3시간 자고 니키 집가면서 과제하고 바로 수업 들었고 수업이 끝나고 나서 우리는 한국음식을 시켜서 먹었다. 그렇게 먹고 나서 니키가 나한테 너 비자 같이 하고 새벽에 산책갈까~? 뭐할까? 물어봐서 하려고 딱 했는데 잠시만 이러더니 갑자기 컴퓨터 조립을 시작했다. 너 비자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전화해 이 말 한 마디를 남기고
그래.. 전재산을 투자했는데 중요한 거지 싶어서 비자를 혼자하다가 어떻게 넘어가는지 몰라서 못한 게 있었는데 그래도 곧 오겠지? 싶어서 기다리다가 시간을 보니 2시간이 지나있었다. 1시간 반은 그냥 기다렸는데 2시간이 지나니깐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비자 그렇게 중요한 거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신경도 안 쓰네라는 게 생각의 시작이었고
사귀기 시작한 날부터 얘가 바빠지면서 변한 모습들이 떠오르고 우연히 얘가 얘 여사친이랑 카톡한 걸 봤는데 너무 다정했다. 물론 나랑 사귄 이후에도 그냥 친구인 걸 안다. 근데 그냥 기분이 너무 우울해진 건 전 연애가 생각나서였다. 바쁘고, 여사친때문에 많이 싸웠던 그 사람. 그 때 느꼈던 그 감정 그대로를 똑같이 느끼고 있다. 나만 뒤쳐진, 나만 멈춘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잡으려도 노력해도 결국은 안 되게 끝났던 그 연애. 지금의 연애는 그때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그 때 그렇게 많이 싸웠어도 우리가 2년동안 계속 사겼던 건 나는 왠지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목표가 있었던 연애 웃기지만 그랬었다. 근데 현재는? 목표가 없다. 좋으면 사귀고 아니면 헤어지고 사실 헤어질 확률이 98%이다. 그런데도 왜 내가 이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이 관계를 유지해야해?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만큼 니키는 그 사람과 많이 닮았다. 다행히도 내가 그 때의 나와 같았다면 우리는 이미 헤어졌을거다. 그 당시 나는 진짜 망나니였다. 데이트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뒤를 돌아 지하철 타고 집으로 갔다. 잠수 탄 적도 정말 많다. 그럼에도 그 사람을 나를 계속 잡았지만..
어쨌든 나는 현재 니키와 사귀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정말로, 그래서 더 스트레스 받는다. 니키 친구들은 친구들끼리 엄청 사이가 좋다. 나는 그들과 놀고 만나는 게 좋다가도 어차피 니키와 헤어지면 다 안 만날 사람들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이상한 기분이 들곤 한다. 우린 친구였고 연인이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되니깐. 관계란 뭔지 참 허무한 것 같다. 인생도 그렇고
이 날은 새벽 6시까지 울다가 얘기하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다가 결국 니키가 미안하다며 노력하겠다고, 여사친과는 선을 지키겠다 뭐 이런 저런 평범한 결론을 내고 우린 다시 다정한 연인처럼 잠이 들었다. 미안하지만 너와 너 여사친이 신경쓰이는 게 아니라 나는 정말 우리의 관계가 불안해.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아침에 눈을 뜨니 우린 다시 싸우기 전의 상태였다. 그리고 너는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고 우리가 싸운 게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었다. 나는 계속 우리가 사귀어야하는 이유를 찾고 있다.
현재 나는 너에게 의지를 많이 하고 있지. 밴쿠버에 와서 모르는 거 다 물어봤고, 돈이 없어서 월세 못 낼 때 선뜻 빌려주겠다고 하고, 친구 없는 나에게 친구 파티도 많이 데려가주고, 맛있는 것도 가지고 싶은 옷도 사주잖아 너가.. 물질적인 것 뿐만 아니라 슬플 때 스트레스 받을 때 무서울 때 나는 너와 연락하고 위안을 얻곤 해 나는 고작 나에게 이득이라는 이유로 너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 사랑하고는 있는 걸까? 나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면 혼자서 끙끙 앓는 스타일이 아니다. 니키한테 솔직히 말했다. 우리의 관계의 의미가 뭘까, 나는 어차피 죽는 게 왜 살아야할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등등 니키는 모든 관계에서는 배울 점이 있고 우리의 인생은 경험하기 위해 살아가는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헤어지면 그게 무슨 의미야 사랑은 투자지라고 답했고, 그 경험을 위해서 돈 벌고 돈 벌기 위해서 내가 이렇게 고통 받아야하는 거냐고 답했다. 니키도 헤어짐을 많이 말하는 나로 인해 내가 항상 헤어짐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 것 같다.
나는 정말 이런 사람이다. 다른 사람과는 사고방식이 좀 많이 다른 것 같다. 너는 이 주제를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보였지만 우리는 똑같은 주제로 1시간 넘게 토론하고 얘기하고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또 잠들었다. 우리는 또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그 끝이 언제일지 끝이 있어 우리의 관계가 의미 없이 느껴지는 게 너무 싫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과연 너와 사귀고 있어 행복한지
사실은 아니